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은데 남편이 이혼을 강하게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울면서라도 매달려 남편 마음을 돌려야 할까요? 아니면 훌훌 털고 이혼을 해야 할까요?
“남편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제적 파탄이 왔고, 가정에 소흘한 남편 때문에 우울증으로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제가 스님의 법문도 듣고 많이 노력했는데,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갔습니다. 저는 남편이 돌아올 날만 기다리며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 노력 덕분인지 저나 아이들 마음은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다시 이혼을 요구하고 애들 문제는 상의해서 결정하자고 합니다.”
이 부인은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이 부인의 괴로움은 한 가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로 남편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남편을 있는 그대로 두고도 내가 마음이 편안해야 하는데, 기도의 전제가 ‘이렇게 하면 남편이 바뀔거다’라면 남편의 태도에 따라 내 삶이 흔들립니다. 남편을 이해하고 불쌍히 여기면 내가 편안한데,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남편이 바뀔거다‘ 생각하면 내가 괴로워집니다. 그러니가 남편이 안 바뀌고 와서 이혼하자고 하니 울먹거리는 거예요. 바로 남편에게 매여 있어서입니다.
재판도 내가 이혼하자고 하면 불리하지만, 남편이 하자고 하면 나는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이혼 서류도 남편이 꾸며야 하고, 변호사비도 남편이 대야 하고, 날짜도 남편이 잡아야 하니까 나는 신경쓸게 없습니다. 재판정에 가더라도 웃으면서 “저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재판장님 우리 가정을 지켜 주세요“하고 얘기하면 판사가 다시 돌려보냅니다.
그래도 남편이 자꾸 이혼하자고 하면 상황을 봐서 결정해도 됩니다. 예를 들면 재산을 다 줄테니까 하자든지 자기가 답답하면 조건을 내걸 테고, 그때 봐서 괜찮겠다 싶으면 이혼해 주면 됩니다. ’인간이 저럴수가 있나. 내가 어쩌다가 저런 인간을 만났나.‘ 이런 생각을 하면 나만 힘들고 잠도 못자고 괴로워집니다.
그러니까 남편은 내버려두고 아이들과 함께 잘 살면 됩니다. 아이들이 “아빠가 왜 안오느냐?” 고 하면 “아빠가 요새 힘드신가 보다. 우리 아빠를 위해서 기도하자” 이렇게 아이들을 다독이면서 생활하는 겁니다. 요즘같이 여자의 권리가 다 보장되는 좋은 시대에 울고불고 매달려 살것도 없고 남편 욕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중심이 안 잡혀서 남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불행이 결정되는 겁니다. 하지만 방황하는 남편을 위해서는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면 저럴까, 불쌍하구나‘ 하는 마음을 내고 이렇게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남편 , 잘 살아갈 겁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바뀌기를 바라거나 돌아와서 결합해 주기를 원하면서 행복을 구걸하는 인생은 버려야 합니다. ’아무 문제 없다‘는 당찬 마음으로 중심을 잡아야 내 얼굴도 밝아지고 아이들도 잘 키울 수 있습니다.